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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시 글래스가 뭐길래? 제네시스 GV90에만 들어간 이유

by 옹이이 2025. 3. 23.

출처 제네시스

 

국산차 최초 플러시 글래스, 왜 이제야 등장했을까?

 

제네시스 GV90에 적용된 플러시 글래스는 사실 기술 자체로만 보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BMW, 벤츠, 랜드로버 같은 고급 수입차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플러시 글래스를 적용해 왔다. 유리창과 차체 사이의 틈을 없애 외관을 매끄럽게 만드는 이 기술은 시각적 고급감뿐 아니라 공기역학적 효율과 소음 차단이라는 실질적 효과도 제공한다. 그런데 왜 국산차는 그동안 이 기술을 외면해왔을까? 그 해답은 ‘기술력’이 아니라 ‘준비도’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년간 전기차와 프리미엄 모델을 개발하며 고정밀 차체 설계, 조립 공정의 정밀도, 기밀성 테스트 노하우 등을 축적해 왔다. 플러시 글래스는 단순히 유리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틀의 구조와 창문 작동 메커니즘, 도어 패널의 설계까지 모두 새롭게 맞춰야 가능한 기술이다. GV90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며, 이 플랫폼이 있었기에 기술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제네시스의 의지도 크다. 아이오닉6나 EV9에서 공기역학 설계는 인정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왜 유리창 주변 단차는 그대로인가?’라는 아쉬움을 토로해 왔다. GV90은 이 오랜 과제를 풀기 위한 첫 해답이자, 제네시스의 본격적인 플래그십 전략의 신호탄이다.


단순히 예쁜 유리? 플러시 글래스에 숨겨진 설계의 난이도

플러시 글래스는 보기엔 단순하다. ‘유리창이 매끄럽게 이어졌다’라는 시각적 결과만 보면 그다지 복잡한 기술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차량 도어 구조 전체가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는 유리창 가장자리를 감싸는 고무 몰딩이 있어 창문을 지탱하고 방수·방음을 담당했다. 하지만 플러시 글래스는 이 몰딩을 얇게 혹은 내부에 숨겨야 하므로, 그 자체로도 정밀 설계가 필요하다. GV90은 프레임이 있는 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플러시 글래스를 구현했다. 이는 고급차에서 흔히 쓰이는 프레임리스 도어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프레임리스 방식은 외관상 미려하지만, 풍절음이 많고 내구성에서 약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면 제네시스는 프레임 구조를 지키면서 외형적 고급감과 기밀성까지 모두 잡는 전략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 코팅 몰딩, 정밀 유리 고정 브라켓, 고강성 차체 설계 등 다층적인 기술이 투입됐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만큼, GV90은 외부 소음을 줄이고, 고속 주행 시 공기 흐름을 개선하는 기능적 성과도 기대된다. 정숙성과 승차감은 단지 서스펜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세밀한 부위의 설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뼘의 단차”가 고급차를 결정짓는 이유

자동차를 외관에서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지 차체가 크거나, 휠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빛을 받았을 때 유리창과 차체가 이음새 없이 이어지는 모습, 문을 열고 닫을 때의 정밀한 감각, 그리고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의 수준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GV90의 플러시 글래스는 단순히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아닌, 고급차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 프리미엄 차량은 이미 단차를 줄이고 정밀한 도어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브랜드 신뢰감을 구축해 왔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고급 가죽 시트나 대형 디스플레이로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보이지 않는 정교함’에서 차량의 진짜 품질을 판단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GV90은 그 기준에 응답한 첫 번째 국산차다. 제네시스가 수년간 말해온 ‘동급 최고의 품질’이라는 구호는 이제 디테일에서 평가받는다. 단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면, 제네시스는 기술력으로 신뢰를, 품질로 고급차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소비자가 느낄 변화는 무엇인가?

플러시 글래스가 적용되면 디자인은 확실히 좋아진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다. 차량을 운행할 때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정숙성의 향상이다. 유리창 주변에서 들어오는 풍절음이 줄고, 차량 내부로 들어오는 외부 소음이 감소하면서, 고속도로 주행 시 훨씬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유리창 개폐 시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일반 창문은 열고 닫을 때 몰딩이 밀려나는 느낌이 있지만, 플러시 글래스는 훨씬 더 정교하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이런 감성적인 품질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실제 차량을 사용해본 소비자는 분명히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기 위해서는 내구성 확보와 정비 인프라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플러시 글래스는 특수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파손 시 부품 조달과 수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을 넘어서 소비자 경험 전반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완성됐다, 시장이 응답할 차례다

GV90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모델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선언이자, 그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시장 검증을 거쳐야 진짜 가치를 인정받는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비성과 유지비용이다. 몰딩이나 유리창이 손상되었을 때 고급 부품으로 인해 수리비가 상승할 수 있고, 부품 수급도 일반 차량보다 느릴 수 있다. 또한, 국내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했을 때 실리콘 몰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기능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수입 고급차에서도 유사 기술로 인한 틈새 소음, 결로, 변형 등의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가 있다. 결국, GV90의 기술은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진짜 평가 기준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자의 신뢰를 동시에 얻는 것. 그것이 진짜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는 길이며, GV90이 제네시스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다.